김지연 — 作者 (1)
2025 광주민중항쟁과 여성 [图书] 豆瓣
作者: 김지연 / 박현정 出版社: 광주여성가족재단 2025 - 5
지금까지 5·18 여성항쟁사를 다룬 출간물로는, 『광주민중항쟁과 여성』(1991)과 『여성·주체·삶』(2000)이 있다. 『광주민중항쟁과 여성』은 충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던 시기의 특성상 다소 개략적으로 정리되었다는 한계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항쟁 경험을 최초로 세상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성·주체·삶』은 좀 더 보강된 증언자료를 토대로 여성들의 항쟁 활동을 주제별로 세분화하고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여성 항쟁의 전모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이후 다양한 구술증언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전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군 관련 자료들이 공개되었다. 2024년에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보고서도 출간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자료들의 축적은, 오월 여성항쟁사가 다시 쓰여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2025 광주민중항쟁과 여성』 출간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1991년에 발간된 『광주민중항쟁과 여성』을 그대로 따랐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광주민중항쟁과 여성』이 노태우 정권의 공안정국이라는 엄혹한 시대적 상황 하에서 집필되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시 집필진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정부 당국의 요시찰 대상이 될 위험을 무릅쓴 채 연구자와 활동가들은 집필에 참여했고, 29명의 유가족과 당사자들은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증언에 참여했다. 이러한 선배 여성들의 용기와 결단,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둘째, 책 제목 앞에 ‘2025’라는 연도를 붙인 것은, 앞으로도 여성항쟁사가 계속해서 다시 쓰여질 것이라는 미래적 의미를 담고 있다. 45년간 축적된 자료의 힘으로 이 책을 발간했지만, 여전히 비어 있는 곳이 많다. 앞으로 더욱 많은 자료가 발굴되고 확인되는 과정을 통해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계속 다시 쓰일 것이라 기대한다. 어쩌면 광주민중항쟁이 완전하게 진상규명이 되는 날, 이 책도 완결판을 갖게 될 것이다.
『2025 광주민중항쟁과 여성』은 1980년 5월 예비검속이 이루어졌던 17일부터 계엄군에 의해 전남도청이 함락됐던 27일까지, 여성들의 항쟁 경험을 일자별로 기록했다. 여성항쟁사의 일자별 구성은 최초로 시도된 것으로, 이 책의 가장 큰 성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담긴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5·18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 여성 항쟁의 가장 큰 상징적 이미지는 ‘주먹밥’으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쟁 당시 여성들의 활동은 전방위적이었다. 여성들은 가두방송, 유인물 제작과 배포, 대자보 작성, 부상자 간호 및 수송, 대민업무, 모금과 취사, 화염병 제작, 시신 처리, 장례 준비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거리에서는 나이 어린 여학생들이 폭증하는 부상자들 치료에 필요한 헌혈을 호소하고, 주부와 시장 상인들은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을 먹였다. 유흥업소 여성들은 시위대를 위해 물 대야를 들고 거리에 서 있었으며, 시신 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위대열의 ⅓이 여성들일 만큼, 모든 계층을 망라한 여성들이 가두투쟁에도 대대적으로 참여했다.
수많은 여성이 가두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주먹밥을 만들고, 가두방송을 통해 시민들을 규합해나가는 동안, ‘녹두서점’과 ‘광주YWCA’에서는 여성들의 조직화된 활동이 전개된다. 전남대 앞에서 계엄군과 학생들의 충돌이 발생했던 18일 오전부터 23일까지, 녹두서점은 지역 내외와 시내 안의 정보가 최초로 수집되고 전달되었던 장소이다. 여성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연락 및 상황일지 정리, 시민궐기대회 준비, 소식지 제작 및 배포, 검은리본 제작 등 각자 할 일을 분담, 활동해나갔다. 조직적 활동은 24일부터 ‘광주YWCA’로 장소를 옮겨 계속된다. 이때부터는 기획조, 선전·홍보조, 대자보조, 궐기대회준비조, 투사회보조, 인쇄조, 검은리본제작조, 모금조, 취사조 등 훨씬 세분화된 조직 체계를 갖춘다. 물론 여기엔 남성들과 여성들이 함께하고 있었지만, 여성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사실이다. 송백회(여성단체) 회원들과 극단 광대를 비롯해, JOC(가톨릭노동청년회) 여성노동자들, 여학생들, YWCA 회원 및 임원진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하고 있었으며, 간호사 30여 명을 포함해 일반시민 여성들도 들어와 각자 할 일을 찾아 헌신을 다해 도왔다. 이런 측면에서 광주YWCA에서 전개된 여성들의 조직적 활동은, ‘제2의 항쟁지도부’ 역할을 해냈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항쟁에 여성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한 만큼 피해도 컸다. 전국에 걸친 예비검속(17일)과 18일 이후 항쟁기간 동안, 수많은 여성이 연행되어 고문을 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수사 과정에서 성고문 및 강간을 당하기도 했다. 국가보고서를 통해 정리된 여성 성폭력 사건은 52건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신고조차 못 하고 혼자서 모든 상처를 감당해내야 했던 여성들도 많을 것이라 추정된다. 여성 부상자는 172명으로만 기록되어 있지만, 이 또한 훨씬 더 많은 여성이 상해를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부상 사실이 나중에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병원조차 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전체 사망자 166명 중, 여성은 12명이다. 그중 11명이 총상 사망자다. 가장 나이가 어린 여성 사망자는 14세였다. 항쟁 기간 동안, 여성 행방불명자는 16명이다. 최연소 여성행불자는 5세였으며, 최고령 여성행불자는 57세로 나타났다. 5세부터 10세까지 여아 3명은 모두 보호자와 함께 있다가 계엄군의 작전과 관련된 현장에서 실종되었으며, 가족 전체가 실종된 경우도 있었다.
『2025 광주민중항쟁과 여성』의 두 번째 성과는, 여성들의 위와 같은 피해상황(행방불명자, 사망자, 성폭력)을 목록화했다는 것이다. 목록화 작업 과정에서, 우리가 당면했던 가장 큰 문제는 국가보고서에서조차 성별 분리 통계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연행자 및 구속자는 목록화할 수 없었으며, 행방불명자 목록은 여러 자료의 비교 검토를 통해 겨우 작성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목록이 완전하지도 않거니와, 더 많은 피해 상황도 다양한 사유(사망, 증언불능, 증언거부 등)로 목록화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불완전성과 한계는, 오월 여성항쟁사가 계속 다시 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우리들의 숙제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더 많은 자료가 발굴되어야 하고, 이를 연구할 수 있는 전문가들도 지속적으로 양성되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자료의 발굴이 몇 사람의 노력으로 다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가 양성도 연구자 한 개인의 결단에 의지해서만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광주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의 몫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대감이 꺾이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같으면, 과연 내 생애가 끝나기 전에 이 책의 완결판을 만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광주가 들썩이고는 있지만, 그래서 <소년이 온다>로 광주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고는 있지만, 계엄 이후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며 광주의 자부심을 뿜어내고 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고 씁쓸하다. 그런 들썩임, 호들갑, 자부심을 지속시키는 근원적 힘이 결국 ‘기록’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그 기록이 완결되어야만 ‘죽은 자의 말’도 완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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